뜨거운 합병 열풍 이면엔 몸값 '뻥튀기'[수상한 스팩①]

입력 2023-11-06 07:57  

이 기사는 11월 06일 07: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기업공개(IPO) 호조 속에서도 스팩 합병으로 발길을 돌리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주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은 2009년 말 한국 자본시장에 도입된 이후 전성기를 맞고 있다. 수년 사이 IPO 준비 기업들은 스팩의 이점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반 IPO와 달리 공모를 거치지 않는 만큼 비교적 기업가치 산정 논리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장사와 주관사, 스팩 발기인이 원하는 높은 기업가치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는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75%가 스팩 합병 첫해부터 예상 매출 하회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2월 라이콤을 시작으로 9월 우듬지팜까지 총 14곳으로 집계된다. 11월에 4곳이 스팩 합병으로 코스닥에 상장하면 총 18곳으로 역대 최다 합병 건수를 기록했던 2017년(21곳)에 이어 두 번째로 많게 된다.

이 밖에 내년 1분기 상장을 목표로 한국거래소 심사 및 주주총회 등의 절차를 밟는 곳만 15곳에 이른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미국에서 스팩 합병 열풍이 분 이후 국내에서도 스팩 합병이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스팩 합병 건수를 살펴보면 2017년 21곳으로 사상 최다 건수를 기록한 뒤 2018년 11곳, 2019년 11곳으로 주춤했다가 2020년 17곳, 2021년 15곳, 2022년 17곳 등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내외 변수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 상장 통로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스팩 합병에 대한 비상장사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스팩 합병 상장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여전히 기업가치를 부풀려 스팩과 상장하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통상 스팩 합병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보유한 자산 가치와 향후 약 3~5년간 잉여현금흐름 추정치를 기반으로 산정한 수익 가치를 가중평균해서 책정한다.

자산가치는 현재 자산 가격에 기반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미래 실적 추정치에 따라 바뀌는 수익 가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뻥튀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은 총 49곳이다. 이 가운데 상장 첫해에 합병신고서상 추정 매출 이상을 낸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37곳은 상장 첫해 추정 매출보다 평균 25% 하회하는 매출을 냈다.

상장 이후 수년이 지나도 추정 실적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낸 곳이다 대다수다. 상장 이후 한 해라도 추정 연간 매출 이상의 실적을 낸 기업은 16곳이다. 나머지 33곳은 단 한 번도 추정 매출을 넘기지 못했다.

2022년 실적을 기준으로 스팩 합병 상장사 49곳 중 추정 매출과 실제 매출의 평균 격차는 마이너스 17.6%로 집계됐다.

추정 매출 대비 실적이 크게 하회한 순으로 살펴보면 카이노스메드(?99.9%), 지오릿에너지(?73.5%), 블리츠웨이(?66.4%), 원바이오젠(?63.0%), 모비데이즈(?59.5%), 나인테크(?43.8%), 등이다. 카이노스메드와 엠에프엔코리아 등은 상장 이후 매년 적자를 내는 기업이기도 하다.


장밋빛 전망 토대로 고평가…스팩 평균 주가 -40%
실적이 장밋빛 희망과 괴리되면서 주가 흐름 역시 대체로 부진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기업 49곳 중 35곳(71%)의 주가(2일 종가 기준)가 상장 당일 주가 대비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평균 주가 하락률은 39.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부턴 공모금액이 수백억원이 달하는 대형 스팩이 등장하고 스팩 합병 상장사의 희망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고평가 우려는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NH스팩19호(공모액 960억원)와 NH스팩20호(400억원)를 시작으로 하나금융25호스팩(400억원), 삼성스팩7호(300억원), 미래에셋드림스팩1호(850억원), 삼성스팩8호(400억원), KB제27호스팩(250억원) 등이 상장했다.

이 가운데 NH스팩20호는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 하나금융25호스팩은 이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와 각각 스팩 합병 절차에 착수했다. 크리에이츠의 희망 기업가치는 약 4000억원, 피아이이는 약 4500억원이다.

낙관적 매출 전망이 기업가치의 산출 근거가 되고 있다. 피아이이는 2022년 매출 286억원에서 2027년 1810억원으로 예상 매출 증가율이 533%에 달했다. 크리에이츠는 2022년 매출 671억원에서 2027년 2096억원으로 2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에이츠는 이동식 론치모니터를 올해 처음 북미에 출시했는데, 해당 매출이 2027년 546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2027년 전체 매출의 26%에 해당하는 규모다. 론치모니터는 스윙 후 볼이나 클럽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제공하는 기기다.

스팩 합병으로 2500억원 기업가치에 도전하는 이브로드캐스팅(삼프로TV) 역시 2027년 해외 광고 매출을 336억원을 거둘 것으로 추정했다. 2027년 전체 추정 매출(777억원)의 43%에 달하는 비중이다. 올해까지 해외 광고 매출은 0원이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대형 스팩의 등장 등으로 스팩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건 분명하지만, 아직 세밀한 기업가치 산정 과정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고평가 논란과 부실 기업의 우회상장 통로란 인식을 지우지 못한다면 스팩 합병이 유망 기업의 상장 통로로 자리매김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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